가장 최근의 사건이든 가장 오래된 추억이든, 실제로 경험한 것이든 상상한 것이든, 흩어지는 관능의 욕망이든 죽은 나뭇가지처럼 바람에 꺾여버리는 행복의 계획이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조든 기대를 벗어난 희망이든, 잡다한 집안일이든 상관없이 그녀는 모든 것을 그러모의고 모든 것을 취해서 자신의 슬픔을 따뜻하게 해줄 땔감으로 삼았다.
몽롱한 의식속에서 그녀는 남편에 대한 혐오감을 연인에 대한 갈망으로, 타오르는 증오를 다시 불붙은 애정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폭풍우는 여전히 휘몰아치고 열정이 다 타서 재가 되도록 아무런 구원도 오지않고 사방이 햇빛 한줄기 없이 캄캄한 어둠이었으므로, 그녀는 온몸으로 스며드는 무시무시한 추위 속에 어쩔 줄 모르고 갇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