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안 읽을 줄 알았다. 글로 배우는 연애는 별로라 로맨스 소설과는 거리두기 중인데다 "나 진짜 딱딱하고 재미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제목 탓도 컸다. 읽고 보니 그건 완벽한 편견이었고, 더없이 완벽한 제목이었다. 최초의 제목은 첫인상이었다는데 아주 잘 바꾼듯. 사람들이 흔히 꼽는 오만과 편견의 명대사는 아래와 같다.
Prejudice prevents me from loving others,
Pride makes no one else love me.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진짜 명문인 게 사랑에만 국한되지 않는 얘기다. 일단 나부터 편견 때문에 이 명작을 영영 만나지 못할 뻔하지 않았나! 편견을 깬 덕분에 취향저격 소설과 영화를 만나 며칠간 무척 행복했다. 설렘 비슷한 것으로 밤잠을 설쳤을 만큼!
◆ 땡스 투 제인 오스틴◆
고전문학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어내려간 적이 있었던가? 500페이지 가까이 될 정도의 분량인데도 살짝 루즈해질 만 하면 뜻밖의 사건이 터지니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들도 어서 읽고 싶다.
내가 반한 포인트는 첫째, 적절한 위트. 둘째, 뛰어난 심리묘사. 셋째는 단연코 매력적인 인물 설정이다. 꽤나 까탈스러운 내가 제인 오스틴이 창조한 여러 인물들 중 벌써 두 명을 사랑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두께지만 꼭 재독, 삼독할 것이고! 한번은 민음사 버전으로 도전해야겠다.
◆ 영화 <오만과 편견> (2005)에 별 다섯개◆
엔딩 즈음에 여명을 뚫고 성큼성큼 걸어온 다아시가 엘리자베스 앞에 섰을 때의 그 표정과 음성, 생생히 전해지는 떨림까지...완벽하다. 참고로 엔딩이 두개 버전이다. 넷플로 영국버전을 봤다면 미국버전 엔딩을 놓치지 않기 바라며 url을 공유해둔다.
https://youtu.be/ZkQP19Ebz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