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침묵한다. 우리가 침묵하는 건 바깥 거리의 소음이 훨씬 더 듣기 좋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우리가 적어도 브롱크스에 있진 않다는 사실을, 맨해튼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엄마와 내게 브롱크스에서 맨해튼까지의 거리, 이곳에 오기까지의 여정은 지하철역 몇 개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난했다. 그러나 오늘 밤 이 방은 옛날 그 방을 빼닮았다. 그날의 햇빛, 사위어가는 여름 햇빛은 홀연 전실에서 우리 위로 떨어지던 수척한 햇살을 흐릿하게 각색한 것 같기도 했다.
(247p)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