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처럼, 가구처럼, 거리처럼, 자주 얼굴을 보지는 않았지만 네티는 항상 그곳에 붙박이처럼 있는 존재였다.(엄마와 네티의 싸움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이에도 심리적인 분리가 일어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내게 보여준 일이었다.) 결혼한 다음부터 네티는 종종 내 생각 끝에 찾아와 매달려 있었고 특히 스테판과 사랑을 나눌 때 불쑥 떠오르기도 했다. 그럴 때면 네티가 내뿜는 힘을 더 예민하게 더 불편하게 감지했다. 네티는 공기 속에서 불현듯 나타나 나에게 묻는 듯했다. ‘힘들게 배운 기술을 전부 전수해줬더니 고작 이 사람이야?’
(181p)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