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애착
비비언고닉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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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에 순도를 담보할 수 없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미래를 상정하여 근사한 나를 세워두거나 감정의 과잉으로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그것은 일종의 거짓말이었다. 현재의 나는 끊임없이 시도했고 과거의 나는 속지 않았으며 미래의 나는 믿지 않았다. 나라는 분열된 평행이 도달한 곳은 우울이었다. 결국 주저하다가 아무것도 쓰지 않기로 했다. 이런 나약한 존재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는 사람이 바로 비비언고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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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바로 대면하는 것도 어려운데 이 책은 '사나운 애착'이라는 제목으로 비비언고닉과 그의 엄마를 그리고 있다. 엄마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엄마는 반성의 서사를 이끈다. 눈물쏟을 생각으로 책장을 넘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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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네가 다 써봐라. 처음부터 끝까지, 잃어버린 걸 다 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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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쓰고 엄마의 배경을 쓴다. 그리고 엄마와의 관계를 쓰고 거기서 오는 마음의 파동을 쓴다. 그것은 감동이라기보다는 유머와 사유를 오고가고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빛나는 문장으로 옮겨내는 방식이다. 여러번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