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작가 단편 소설집. 소설들이, 너무 고단해서 읽기 버거웠다. 인물들의 삶도, 그들을 둘러싼 상황과 환경도. 마치 고름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다가 터지듯 내면에 가득 찬 응어리가 언제라도 팍 터져 버릴 것 같은 소설들이었다. 인물들의 감정이 나의 숨을 옥죄었고, 작가의 예리한 시선에 가슴이 꽉 막혔다. 읽는 내내 불안하고 조마조마했다. 때때로 우울하고 또 슬펐다.
독파 챌린지에선 출퇴근 길에 읽어보라고 하는데, 수록된 소설들의 분량이 길지 않다는 것 외에 출퇴근 길에 읽어서 좋을 게 그다지 없어보인다. 표지 그림도 하루를 회사에서 보내고 퇴근길 지하철에 고단한 몸을 실은 채 내다보는 한강 같다. 제목도 마치 ‘너네 그렇게 챗바퀴 돌듯 살아도 아직 멀었어.’라고 말하는 것 같고 그래서 희망을 아스라이 보내버리는 것 같다. 우리는, 아니 나는 뭘 희망하며 달려가는 것일까. 우리는, 아니 나는 삶이 왜 이렇게도 고되기만 한 것일까. 바로 지금이, '나만의 말'로 이 질문에 답해 볼 시간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