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편집은 고되고 퍽퍽하고 불안이 가득했다. 주인공들에게서,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서. 마치 고름이 터지듯 내면에 가득 뭉친 응어리가 언제라도 팍 터져 버릴 것 같아 읽는 내내 가슴이 꽉 막히고 조마조마했다. 우울하기도 했고, 각 인물들에게 이입 되어 슬프기도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 제때 치료를 하지 않는 아버지를 향해, 애증의 마음을 표출하던 다영이에게서. 끝이 보이지 않는 빚의 굴레 속에서 울분이 금방이라도 손톱의 혹 만큼이나 터져버릴 것 같은 소희에게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에 서서 선택의 여지조차 주어지지 않는 부당한 현실에 자조하는 N에게서... 나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나마 <전갱이의 맛>은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말을 한다는 것, 대화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우리가 말을 하는 게 "타인과의 소통이 아니라 자신과의 소통을" 원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나만의 말"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남자.
위로와 공감보다는, 너무 예리해서 아픈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