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 평론가의 첫번째 산문집.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만난 작품들에 대한 글로 각 다른 신문사에 연재했던 것을 한권에 모았다. 시와 소설, 영화는 물론 세상과 인물들에 대한 그의 묵직하고도 견고한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신형철 평론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두가지 감정이 교차하는데 하나는 말문이 막힐 정도로 좋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 감상을 더할 때마다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좋은데 내 세계에서 형언할 수 있는 표현 자체가 협소해서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 된다.
이번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최근작에서 느끼지 못했던 굉장히 날이 선 느낌. 날카롭게 뻗은 글에 묵직함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웃었다가 미간을 좁혔다가 울기 직전의 어린아이의 표정도 되었었다. 그저 읽을 수 있음에 감사ㅜㅜ 이제 「몰락의 에티카」로 빠져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