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시대
이디스워턴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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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를 특정할 수 있을까. 순수는 무엇일까. 의아함을 느낄 때,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의 순도를 말한다면, 단연 이 작품에서 마음을 나누고 감춰두는 그들을 순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뉴욕 사교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이자 약혼을 앞둔, 그야말로 성공과 명예가 보장된 아처는 그 마음의 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약혼자 메이대신 어느덧 마음속에 들어온 앨런에 대한 강렬한 마음, 그리고 이를 세월에 묻어두고 살아오는 삶의 허무는 그의 화려하고 행복한 삶과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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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면에서 앨런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삼각관계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연애서사의 흔한 소재일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앨런에게서 있다. 특이한 외국여자라고 여겨지지만 그녀는 당당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약혼녀를 둔 아처로부터 연민과 열정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들이 있는 사교계는 순수의 감정만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채 세월은 흘러가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간들 앞에 허망해할 뿐이다. 감정은 물결처럼 거세짐과 잔잔해짐을 반복하지만 결국 서로의 순수만을 확인한다. 하지만 감정의 순도를 알고도 어찌할 수 없는 생은 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