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읽고, 일상 에세이로 풀어나가는 그림 에세이들을 꽤 많이 읽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사적인 그림 읽기>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그림을 치밀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식이었다면 금세 지루했을 텐데, 작가의 일상과 고민을 에세이로 풀어내면서 그럼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역사학에 뛰어들면서부터 미술 감상을 즐기게 되었다는 작가의 이력 덕분에 역사서의 한 페이지를 연구하듯 그림을 읽어 내는 특별한 책이 탄생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특히나 안토넬로 다메시나의 <서재의 성 제롬>이라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중세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읽기'의 역사도 흥미로웠다.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기나긴 시간 동안 독서가 지금보다 훨씬 더 고된 노동이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고, 지금 우리에게 당연한 묵독이 당시만 해도 아주 이례적이고 비범한 능력이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묵독과 함께 독서가 대중적이고 공개적인 행위에서 서서히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행위로 변모했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림을 통해 함께 읽어 내는 역사 이야기가 너무도 매력적이어서 앞으로 더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작가님의 사적인 그림 읽기가 시리즈로 더 이어지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