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은 조지 기싱의 소설 「짝 없는 여자들」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사랑 없이도 거뜬한 여주인공처럼 비비언 고닉도 스스로를 '짝 없는' 여자들 중 한명이라고 인식하기도 했고, 도시와 사람들 그리고 우정의 관한 통찰력이 빛나는 글들은 제목과 더할나위없이 어우러진다.
고닉은 유년기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사랑의 상실에 대해 "도무지 찾을 길 없는 진정한 짝이 인생의 화두가 됐고, 그런 사람의 부재는 모든 걸 정의내리는 경험이 됐다."고 말하면서 "사람은 이상화된 타자의 부재로 인해 외롭지만, 그 쓸모 있는 고독 속에 스스로를 상상의 동반자 삼아 침묵에 생명을 불어넣고 지각 있는 존재라는 증거를 방 안 가득 채워 넣는 '내'가 있다."고도 한다. 이렇듯 로맨스를 걷어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손상된 자아는 다시 제모습을 갖춘다. 그가 말하는 이러한 성찰과 통찰력도 감탄스러웠지만 "재치 있고 영리한 게이" 친구인 레너드와의 관계에서는 묘한 부러움마저 일으켰다. 20년이 넘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사이. 그럼에도 강렬하게 이끌리는 대화를 나누고 자신을 느끼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란 도대체 어떤걸까. "그와 내가 서로에게 투사하는 자아상은 우리가 평소 머릿속에 지니고 있던 모습 그대로다. 스스로 일관되다 느낄 만한 평상시의 자아상이다." 이 관계를 더 극적으로 설명해주는 건 둘의 대화에서이다. 책속 곳곳에 등장하는 대화는 때론 날이 서기도 하지만 가장 안전하게 받아칠 수 있는 쿠션같이 느껴지기도 하다. 남이 보면 아슬아슬한데 둘에게는 일상다반사랄까. 그리고 곧 삶의 배경이자 터전인 도시,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경험은 이들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킨다. 스쳐지나간 인연이든 단순한 에피소드로 기록될 사건이든 고닉의 시선이 닿으면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반짝이는 조각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럴때마다 글자를 읽는 행위가 아니라 사유의 감각으로 전환된다. 꽤나 자주 찾아오는 이 감각은 충만하고 기쁘기 그지없다:)
비비언 고닉의 글을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피드에선가 필사하고 싶은 문장이 계속 나와서 짜증이 날 정도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는데 이제서야 그 말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닉의 언어는 단단하고 꼿꼿하며 영락없이 고닉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 담고 싶고 닮고 싶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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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최근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았는데 기대치 않게 정리에 도움이 됐다. 드와이트 가너가 그랬다. 고닉은 우정을 다루는 데 있어 최고의 작가라고. 진짜로, 찐이다.
▪️우정을 나눌 때 겪는 갖은 난관이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없음에서 비롯됨
▪️혼자인 사람은 누구나 진실하다. 타인이 들어서는 순간 위선도 시작된다. (...) 그러니 친구란, 본질적으로 일종의 역설일 수밖에 없다._랠프 월도 에머슨
▪️우정에는 두 가지 범주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가 있어야만 같이 있을수 있는 관계다. 전자는 함께할 자리를 미리 마련해두지만, 후자는 일정 중에 빈 자릴 찾는다. p43
▪️맞네. 이거 완전 그거잖아. 관능의 열병. p85
▪️나와 에마의 관계를 무너뜨린 건 수시로 모습을 바꾸는 우리 자신의 '이익'에 대한 배반이었다. p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