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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이상한 강박이 있어요. 결국 나마저 잊어버리면, 이미 사라진 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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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타격 끝에 마침내 한쪽 벽이 무너져내렸을 때, 액자가 보였어요. 해바라기를 그린 조악한 유화였지요. 해바라기 그림을 걸어두면 집에 돈이 굴러들어온다며 어느 날 아버지가 술에 취해 사들고 오셨던 바로 그 액자였어요. 액자 안의 해바라기가 햇볕 아래 무방비로 드러닜을 때, 그때부터 내 강박이 시작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