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작가님의 짧은소설들과 에세이를 읽었을때도 느꼈지만 문장들이 참 아름답다. 이번에 첫 장편소설이 나왔다길래 안읽어볼수가 없어 펼쳤다가 마지막엔 저릿한 기분이 들었다. 타인을 위해 하얀 거짓말을 하는 해미를 보며 왜이렇게 짠하던지.. 그래도 이모를 포함하여 해미곁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해미와 같은 아픔은 아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상처가 되는 어릴 때의 일이 나도 모르는새에 마음에 생채기가 났었는지, 눈부신 안부를 읽으며 문득 생각나 괜히 위로받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한 소설을 읽고싶은 분들께 추천! (표지도 너무 이뻐요✨)
힘들면 꼭 이모한테 말해야 한다. 혼자 짊어지려고 하면 안 돼. 아무리 네가 의젓하고 씩씩한 아이라도 세상에 혼자 감당해야 하는 슬픔 같은 건 없으니까. (p.25)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고 나 역시 앞으로 점점 더 나빠지리란 걸 덜컥 예감해버렸지만, 아직은 내게 그러한 흐름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말이다. (p.67)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p.109)
나는 사람이 겪는 무례함이나 부당함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물에 녹듯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침전할 뿐이라는 걸 알았고, 침전물이 켜켜이 쌓여 있을 그 마음의 풍경을 상상하면 씁쓸해졌다. (p.142)
사람은 누구나 갑자기 죽는다는 거였어. 멀리서 보면 가작스러워 보이지 않는 죽음조차 가까운 이들에겐 언제나 갑작스럽지. 그리고 또하나는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라는 것. (p.226)
생각해야만 해.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지? 더이상 도망치기만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p.264)
개개의 인간들의 몸을 구성하는 아주, 아주 작은 요소인 원자는 멀고도 먼 옛날 폭발한 어느 별에서 왔다는 말. 기억나니? (…) 우리는 모두 그 자체만으로도 태초의 별만큼이나 아름다운 존재들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말이야. (p.302)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사람은 희망을 보지. 그리고 희망이 있는 자리엔 뜻밖의 기적들이 일어나기도 하잖니. (p.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