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완독후기!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그래서 도대체 내가 뭘 읽은거지?'라며 정리가 안 되어 한참 되새겨봤습니다.
결국 작품 제목이기도 한 '고래'의 함의가 무엇인지 계속 곱씹게 되더라고요. 웅장한 서사의 흐름? 근대로 이행하는 거대한 시대적 물결? 역사에 파란을 일으키는 크고 강력한 힘 자체? 문명 이전의 원시적 순수성? 개인의 실존과 무관한 거대담론? 수많은 이야기의 집합으로서 구조적 총체?
작중에서 다양한 서술과 묘사로 드러나는 고래의 이미지를 숨은 그림 찾듯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워낙 서사가 다양하고 방대해서 완독하고 나서도 의의와 감상을 잘 갈무리하기가 어렵네요.
그저 불신과 악의만이 넘실거리던 시대의 흐름에 삼켜지거나 튕겨져나가 버린 존재들, 세파의 노도 속에서 치열하게 발버둥치다 가혹하게 파멸해 간 인간 군상의 잔재들만이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이고..
그 비극성에 대한 안타까움 외에 뭔가 남는 게 없는 것 같아 덮으면서 썩 유쾌하진 않았던 소설이었습니다. 색다른 독서 경험으로서는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