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은 그게 뭐가 문제인지 알지 못하는 척했지만 N은 교장이 알고 있다고 느꼈다. 교장은 교장대로 N의 말투에 불쾌감을 느낀 듯 얼굴이 굳어졌다. N은 교장이 짧은 목례를 하고 가버린 후에도 고집스런 짐승이 버티듯 혼자 그 자리에 미간을 모으고 서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늙은 교사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병가와 휴직 운운할 때에도 교장은 저런 표정이었다. 알면서도 속인 것이다. 더이상 계약기간 연장 문제로 교장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데서 N은 잠시 홀가분함을 느꼈지만, 그 홀가분함은 너무 가벼운 대신 밀려오는 분노와 서글픔은 가눌 길 없이 묵직했다.
전자책 106/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