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가능성>. 제목은 둘째치고 표지가 너무 매력적이다. (나는 표지에 정말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내용은 일단 둘째다. ㅡ_ㅡ;;;) 존 레이버리의 "캐슬로스 자작 부인, 팜스프링스" 부분인데, 앞 뒤가 한 작품으로 연결되어 있다. 책을 읽고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자의 말을 듣고나니 최근에 읽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과 연결이 지어져서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물론 저자는 마지막에 P.S.를 통해서 그림의 인물들이 <슬픔이여 안녕>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 준다. (3부 슬퍼도 걷는다_ 나와 또 다른 나_ p.155-161_)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안의 나이에 이르고서야 이 책을 읽었다. 여름휴가 직전에 카를라 브루니가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려둔 책 사진을 보고 즉흥적으로 '휴가 책'으로 정했다. 가만 보면, 인생을 빛내는 보물은 이렇게나 우연히 만난다." _p.159_
표지가 첫음으로 나의 시선을 끌었다면, 그 다음으로는 부제가 나를 책 속으로 이끌었다. '나에게로 돌아오는 그림 독서 여정'.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도 마음에 들고, 그림도 마음에 들고 독서까지 있으니 일석 삼조가 아니던가! 그림과 독서가 어떻게 나와 조화를 이룰지 궁금해졌다.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는 1년간의 연수 기간 동안의 그림을 중심으로 한 기자이자 작가의 이야기라면, <내일의 가능성>은 퇴사 후 온전히 작가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그림에 자신을 담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한 분야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책이 나와서 좋았고, 책이 많이 보이는 그림이 많아서 또 좋았다. 예쁘고 침착해지고 미소가 지어지는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그림을 살며시 살펴보고 작가의 느낌과 나의 느낌은 어디가 같고 어떻게 다른지를 생각해 보는 재미도 있다.
총 4부로 구성되어있고, 각각에 8권의 책과 그림과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1부 어른이 된다는 건
2부 추억하기 좋은 날
3부 슬퍼도 걷는다
4부 새로운 내일
"연애시대의 오브제"를 통해서 오래된 드라마 '연애시대'를 떠올리며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관련된 작품은 웨인 티보의 "두 개의 도넛". 드라마를 열심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던킨만 기억나고 바나나 머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연애시대>를 다시 읽고 도넛을 사 먹었고, 철 지난 드라마를 다시 봤다. 옛날 책을 다시 읽고, 옛날 드라마를 다시 보는 건 추억 때문이다. 좋았으나 빛바랜 추억은 가끔 덧칠이 필요하다." _1부 어른이 된다는 건_ 연애시대의 오브제_ p.45_
모든 글들은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힌다. 책과 그림과 나의 이야기이라는 것도 분명한 매력이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책 이야기만으로도, 그림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을 것 같다는 점. 즉, 잘 어우러지는 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몇몇은 그림과 책을 둘다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하나만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게 정말로 아쉬웠다. 좋은 책이고 마음에 드는 글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내가 회사를 관둔 건 일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더 끌리는 일을 더 자유롭게 실컷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그래서 회사에 구속되는 시간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취지가 그랬으니 이제는 스스로 일의 효율과 생산성을 독려하게 된 것이다. 회사 대신 내가 스스로를 완벽하게 구속하겠다는 시도. 자유로워졌지만 자유롭지 않다." _4부 새로운 내일_ 언젠가는 게으르게_ p.216_
이른 새벽과 커피, 그리고 와인을 좋아하는 작가님. 때때로 아침에 마시는 샴페인으로 하루의 기분을 상승시킨다는 작가님. 언제나 중요한 건 상상력과 패기라고 생각한다는 작가님. 전업 작가로서의 조민진 작가님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