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지식이 아무 것도 없을 때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말 한마리가 술집에 들어오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무슨 얘길 하려고 하는 걸까 호기심이 가는 제목이었다. 형식적으로 쉽지 않으리라는 것도 예상이 되었다. 보통 명사위주로 제목을 다니까. 제목은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한 단어로 요약한 것이 제목일 수 있는데, 서술형이라... 그것도 밑도 끝도 없이 술집에 들어오는 말이라니...
형식적인 면에서 다양한 소설을 독파 챌린지 덕분에 읽게 되었는바 이 책도 형식적으로 매우 독특해서 친절하지 않은 소설이기는 하다.
도발레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 사람의 서사나 인생사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즉, 내용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일테면 처음에 얼마간 읽다가 (지루해져서) 중간쯤 읽다가 (또 지루해져서) 끝부분으로 넘어가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이 무슨?하면서 언젠가는 이런 지리지리한 주절댐을 끝내겠지 기대하다 중간쯤에도 역시 주절주절대는 것을 발견하면서 절망을 하게 된다.
정말, 의지력을 발휘해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재미로 읽는 것이 아니라. 시작도 끝도 없이 계속되는 할머니나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비슷한 분위기일 것 같다.
그렇다고, 띄엄띄엄 읽는 것은 안된다. 따박따박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한다.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주제는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면서 읽는 것에 익숙한 독자라면(나) 매우 읽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딱히 말하고 싶은 것, 주제는 없지만, 함께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을 공유한 (수다라는 행위는 딱히 내용이 중요하기 보다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이) 뒤에 상대방과는 왠지 모르게 더 가깝게 느껴진다든가, 애정이 깊어진다든가, 일체감이 느껴졌다든가 하는 감정이 들게 마련이다. 나는 이 소설이 그런 경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기록하며 읽지 않았고 그 많은 내용을 기억하기도 귀찮아서 설렁설렁 별 내용없는 이야기를 그저 좋아서 듣고 있는 것처럼 읽어나갔다.
다 읽은 후 나는 도발레라는 사람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한꺼번에 나에게 씌어진 듯한 물속에 푹 잠겼다 물밖으로 나온 기분이 들었다. 무슨일이 있었는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함께 했던 기억, 느낌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