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구름이 솜사탕처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가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했었다. 자라면서 비행기도 타고, 비행기 창문 너머로 구름을 보기도 하고, 과학 시간에 원리에 대해 공부하면서 구름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고 꽤나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속 어딘가에는 어린 시절 꿈꾸었던 구름 조각들이 아직 남아 있다. 이 책의 근사한 표지 이미지를 보면서 그때 그 구름에 대한 생각들이 몽실몽실 마음 속에서 피어 올랐다. 구름을 이렇게 포크로 집어 낼 수 있을 거라고 믿던 소녀였던 나는 어느 새 이렇게 나이를 먹고 자라 어른이 되어 이런 근사한 소설을 읽고 있다.
사실 부희령 작가의 글은 <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이라던가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번역가로서의 작업물을 먼저 만났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지는 그 번역가가 소설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번역서를 80여 편이나 쓰시면서, 소설집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한다. 그것도 11년 만의 소설집이라고 해서 더 천천히, 주의를 기울여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거움을 덜어내고자 주말이면 모여 자신들의 죄악을 털어놓는 중년들과 헤어진 연인이 준 노트북을 들고 소설을 쓰기 위해 포카라로 간 여자, 현실 속의 모든 인연을 정리하고 미얀마로 떠난 사람과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 세계와 이별하지 못하는 사람 등 세계를 부유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면서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그만큼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여기는 밖이고, 지금은 밤이고, 집에는 내가 없다”는 문장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지금 여기와는 많이 다른 세계를 목적지로 설정하는 작가가 되고자 한다'는 작가의 말에도 밑줄을 긋는다. 나 역시 언제나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를 꿈꾸고 있는 독자라서.. 언젠가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 나온다면 꼭 챙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