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왜 고래일까 생각해본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상징하는....
설화나 신화 속 이야기처럼 과장된 표현들이 그리고 있는
현실적인 여인들의 삶과 욕망이 더 실감났다고 해야할까.
어딘가 양극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에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한 이야기의 세계에 폭 빠져들었다가 나온 느낌.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지 고민.ㅎ
p65
해안엔 희미한 달빛 아래 파도가 부서지고 있었다. 그녀는 모래밭에 쭈그리고 앉아 해수면 위에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하얗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다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바다 한복판에서 갑자기 집채만한 물고기가 솟아오른 것이었다. 부두에 처음 도착한 날 목격했던 바로 그 대왕고래였다. 몸길이만도 이십여 장(丈)에 가까운 고래는 등에 붙어 있는 숨구멍으로 힘차게 물을 뿜어냈다. 분수처럼 뿜어올려진 물은 달빛 속에서 은빛으로 눈부시게 흩어졌다. 그녀의 배 한복판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올랐다. 그것은 죽음을 이겨낸 거대한 생명체가 주는 원초적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