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다. 번아웃이라고 해야 할까, 밥을 먹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그 무엇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여러 가지 환경으로 인해 집에서 일만 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좋아하는 일조차 손을 놓고 싶었다. 이 책 역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펼쳐들었을 뿐이다. 그렇게 느릿느릿 몇 장을 읽다 보니 꾸밈없는 솔직함에 조금씩 공감하는 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저자는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일깨워준 책과 그림들을 소개한다. 그림과 독서 모두 관심사다 보니 그녀의 그림 독서 여정이 남일 같지 않았다. 그림은 잘 알지 못하지만 그림을 보는 행위에서 온전한 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독서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책들 중 알 수 없는 인연의 힘으로 내게 온 책들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이 책에서 커리어의 전환기를 맞이한 저자는 제2의 삶을 시작하려 할 때 읽은 책과 책에서 떠올린 그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정체된 삶에 자극이 된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와 동기, 새로운 내일을 위한 오늘의 노력 등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할 일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그녀가 건넨 책과 그림에 대한 수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준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