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역사와 이스라엘의 현실에 대한 풍자를 스탠드업 코미디로 풀어나간다 하여 빌린 책인데, 나에겐 어려웠다. 도발레의 스탠드업 코미디에 몰입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어디에서 웃어야 했고, 도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중간마다 '나'가 도발레가 겪은 불행한 경험을 옆에서 들려준 부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발레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다 말고 관객을 웃기고자 이상한 이야기를 해도 상관없었다. 책에서 도발레는 자신의 불행한 경험을 그저 별일 아닌 듯 취급한다. 그리고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히히덕 댄다. 난 그런 도발레를 보며 내가 그 스탠드업 코미디를 직접 관람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그의 자존감이 매우 낮아있는 것 같아 안쓰러웠을 것 같다. 아마 그의 코미디를 보며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여성 관객과 같은 모습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상상한다. 그가 그날을 자기의 삶의 마지막으로 삼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고. 왜냐면 과거 친구이자 전 판사인 '나'에게 스탠드업 코미디를 꼭 보러 와달라고, 자기 자신을 꼭 봐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그렇기에 나는 도발레가 살아오는 내내 회피했고 어쩌면 서글펐고 서러웠던 그날의 경험을 내내 마음 한켠에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그게 어느 순간 뻥 터져버려 위로받고 싶기에 '나'를 부른거라고 생각한다.
코미디가 끝난 후 도발레의 이후는 우리가 상상하기에 나름이겠지만, 만약 내가 '나' 라면 백스테이지에 있는 도발레를 만나러 갈 것이다. 가서 그저 술 한잔 사주며 미래의 코미디 날짜를 물어보거나 다음날도 술 한잔 기울이자며 약속을 잡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서 사라질 것만 같은 도발레를 붙잡아 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