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천명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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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하는 서사의 놀라운 힘. 이 소설을 20년만에 다시 읽었다. 처음에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했을 때, 낯선 감각에 사로잡혀 수상의 이유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몰입도 넘치는 소설로서는 탁월하지만 기존의 소설미학의 계보에서 낯선 존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소설에 대한 나의 편협한 시각에 불과했다. 이 소설은 서사가 얼마나 확장되며 또한 그 범주를 얼마나 쉽게 이탈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마치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을 닮아 매혹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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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 금복, 춘희로 이어지는 이 소설의 서사는 사실상 금복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들이 주인공으로 각각 소설을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계보로서 볼 수 있는데 노파와 금복은 혈연이라기보다는 서로 욕망의 그림자로 볼수 있다. 반면 금복과 춘희는 모녀로서 가족으로 계보를 구성하지만 그들이 어떤 따스한 정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한 시대가 지고 시작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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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적인 인물들과 뛰어난 가독성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은 화자(혹은 저자)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것이 변사(?)처럼 능수능란하여 몰입하게하기 때문이다. 첫소설이라고 하기에 저자의 문화적, 체험적 기반이 궁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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