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이렇게 너랑 같이 눈을 보니까.
인선이 창으로부터 눈을 돌려 나에게 말했을 때, 나 역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 이를테면 고통, 유서를 완성하겠다는 모순된 의지로 지난 몇 달을 버텨왔다는 것. 자신의 삶이라는 징족에서 잠시 빠져나와 친구를 병문안하고 있는 이 순간이 기이하게 낯설고 선명하게 느껴진다는 것.
하지만 인선이 이상하다고 한 말은 다른 의미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