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한 표지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다비드 그로스만’이라는 유대인 작가가 썼고, 이 책으로 2017년 맨부커 인터네셔널 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더 궁금했다. 그래서 이번 독파 챌린지로 이 책을 선정했다. 책은 구매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렸다.
한 개그맨의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관객이 중계하는 형태의 책. 도발레 G는 이스라엘의 작은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하는 57살의 남성이고, 광대처럼 웃음을 팔며 돈을 번다. 주인공은 도발래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정작 이 책의 화자는 관객으로 초대받아 온 아비샤이다. 그의 정체는 쇼가 한창 진행 되는 중간즈음 회상 장면으로 등장해 밝혀진다. 아비샤이는 은퇴한 판사이고 어린 시절 도발래와 우정을 나눈 친구였다. 약 40년을 도발래를 잊은 채 바쁘게 지내다 도발래로부터 느닷없는 전화 한통을 받아 공연에 초대되었다. 도발래가 진행하는 2시간 가량의 공연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중계하면서, 중간중간 떠오르는 회상 장면이 삽입 되어, 서사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이나믹을 보여주게 된다.
도발래의 쇼는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죽음, 어린 시절 물구나무를 설 수밖에 없었던 상처, 캠프에서의 경험, 우울증과 자살 충동, 홀로코스트에 대한 조롱 등이 온갖 저급한 언어와 몸짓으로 포장 되어있다.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하면서 웃게 만들기 위해 쉴 새 없이 떠드는 도발래의 모습이 처절하고 애처롭기 그지없다. 그는 뱃속에서부터 끌어올려 웃곤 했지만 실은 굉장히 슬퍼보였고, 익살스런 표현을 썼지만 그 내용은 참으로 비극 투성이였다. 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고통들... 이런 끔찍한 고통을 어떻게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건지. 나는 전혀 웃지 못했다. 읽는 내내 내 얼굴은 묘하게 일그러지기만 했다.
도발래는 왜 저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그가 말하고 싶은 건 뭐였을까.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중간에 놓을 수가 없었다. 도발래와 관객이 공유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배경을 이해할 수 없었고 문학적으로도 굉장히 난해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정말 그게 알고 싶어서 이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어냈다. 이건 스탠드업 코미디 쇼니까, 쇼가 끝나갈 때쯤엔 뭔가 실마리가 풀리겠지... 생각하면서.
결국 나는 이 소설을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ㅠㅠ 이 리뷰를 남기는 지금도, 모르겠다. 이 책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고 뭘 말하고 싶은지를. 술 집에 들어온 말은 누구인걸까. 작가는 마지막 남은 두명 중 아비샤이를 제외한 여성 에우리클레이아를 어떤 의미로 등장 시킨걸까. 이 많은 고통의 사건들을 왜 이런 설정으로 다루고 있는걸까.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만 수두룩하다.
한강도 <채식주의자>로 2016년에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그 책도 엄청 난해했었다. 한국적인 배경의 책이라 그나마 나았지만. 그 다음 해에 그로스만이 이 책으로 그 상을 받았다.
이 책은 모호하고 난해하고 선명하지 않은 의문 투성이만 남겼지만, 한가지 분명한 깨달음을 나에게 주었다. 그것은 맨부커상은 나랑 도저히 안 맞다는 사실이다. (맨부커상 수상했다는 책은 읽지 말아야겠다고...)
독서 인생 최대 위기를 안겨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