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혹은 그림자 :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 에도 호퍼의 그림'에 얽힌' 이야기가 아니라 호퍼의 그림'에서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 그의 작품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다만, 그 그림들 속에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음을 - 강렬하고도 거부할 수 없는 방식으로 - 암시할 뿐이다. 호퍼는 캔버스 위에 편쳐진 시간 속의 한순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거기엔 분명히 과거가 있고 미래가 있지만, 그것을 찾아내는 일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11 p.)
독특한 책이었다. 그간 내가 읽은 예술 분야 책에서는 대체로 작가의 연대기에 따라 작품의 배경과 사연이 기술되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독립적인 작품이 탄생했다니, 흥미로웠다.
호퍼의 그림에서 이렇게 강렬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줄 몰랐다. 단편적으로 한 문장으로 ~일 것 같다, 고 상상했던 그림이 단편소설의 서사로 전개될 수 있다니. 다만 17개의 이야기가 모두 맘에 든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너무 강렬해서 나의 이야기가 지워져 버리기도 했다.
새로운 그림 감상법을 배웠다. 시간을 조금 두고 망각의 축복을 기다려본다. 그 때는 책을 읽기 전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두 문장 정도 더 길게 끄적여봐야지. 그리고 『빈방의 빛』과 겹치는 그림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