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혹은 그림자] 처음엔 제목에 끌렸고, 마지막엔 단편 소설만이 가지는 잔잔하지만 주옥같은 메시지들을 가슴에 담았다. 로런스 블록과 다수의 소설가들이 에드워드 호퍼라는 화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서문을 읽고나서 부터 작품을 볼 때, 호퍼의 그림을 먼저 깊이 응시하며 감상했다. 그리고 소설을 읽어내려 갔다. 모든 단편 소설마다 호퍼 작품의 영혼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때로는 뜨겁게 분노하고, 때로는 차갑게 냉정하고, 그 속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관찰을 통해 통찰하게 되었다. 특히 그 시대 여성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둔 듯한 몇편의 소설을 통해 독립된, 혹은 성공한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구가 몰아치기도 했다. 첫 편 메건 애벗의 [누드쇼], 마이클 코널리 [밤을 새우는 사람들], 조너선 샌틀로퍼 [밤의 창문], 저스틴 스콧 [햇빛 속의 여인], 마지막 로런스 블록 [자동판매기 식당의 가을]까지 여성들의 직업과 삶의 풍경들이 지극히 화려하고 행복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음에 씁쓸했지만, 씁쓸하고 절망적인 어둠의 삶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순간의 감정들이 가슴에 콕 박혔던 감정들이 기억에 남는다. 단편 소설에 매력을 느껴보고 싶거나, 혹은 여성들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단편 소설집 중엔 인생작 한권이라 표현해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책이었고, 에드워드 호퍼라는 화가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된 주옥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