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어린 시절부터 동경하던 도시였고 언젠가는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로서의 뉴욕 생활을 꿈꾼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20대 후반 뉴욕에서 보낸 짧은 시간은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곽아람 기자의 뉴욕 생활을 읽으며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잠깐이지만 뉴요커가 돼보자는 마음에 호텔이 아닌 아파트를 숙소로 정했고 매일 아침 센트럴파크를 가로지르며 나만의 흥에 취했었던 시간들을 돌이켜본다.
'괴테처럼 살겠다 결심하고 뉴욕으로 떠나 호퍼처럼 산 이야기'라는 저자의 고백은 어린 시절 꿈을 다시 꾸게 만든다. 익숙함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그 시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낯선 도시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프로 놀러'로서 자신만의 시간을 찾아가는 여정이 부러우면서도 행복해 보였다. 내게도 그런 시간들이 올까.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책에 집중해 본다. 이 책에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풀어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프처럼 익숙한 작가부터 차일드 하삼, 존 술론 등 낯선 작가와 작품들까지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저자는 뉴욕을 떠나기 전에는 타인의 기준에 맞추려 살았지만 돌아온 후에는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저 '나답게' 살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내 삶은 어떤지 생각해 본다. 누구에게나 선명한 '나'를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