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20여 페이지를 읽으며 당혹스러웠다. 앞뒤를 훑어보며 음 이건 뭐지. 인용문인가 싶다가 다큐멘터리와 희곡을 절묘히 섞은 방식에 어느 순간 적응이 되면서는 술술 읽어 나가게 되었다. 일관된 서술자가 부재해서 정신 없고 산만한 느낌을 주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정영목 번역가님이 얘기했듯 다성 음악의 풍부한 묘미를 느끼게 된다. 링컨 대통령이 재임하던 남북전쟁의 혼란기라는 시대배경을 염두에 둔다면 170여명의 인물이 각자 억울한 사연 한마디씩 보태서 좀 정신 없으면 어떤가, 들리지 않고 묻힌 흰소리라도 건져 올리는 작업도 필요하지 않나.
사후세계란 과연 존재할까. 많은 종교와 예술작품들이 언급하지만, 증명된 바가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불가지론자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포함한 망자를 향한 마음의 위안이 필요하다면 사후세계가 있었으면 싶다가도, 더이상의 고통과 번민이 사라지는 완전한 무의 세계였으면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