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어떤 세상을 보길래 이렇게 내게 쏟아지는 듯한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라는 문장을 몇 년 전의 일기에 적었던 것 같다. 아주 특별한 순간이 아닌데도 생생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젖어들어갈 때면 가만히 읽는 걸 멈출 때가 있는데, 백수린 작가의 글은 유독 여러 번 그런 순간과 마주치게 한다. 청신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꽃잎들이 저마다의 찬란한 빛깔로 계절을 수놓는 가운데, 어쩐지 제주도의 야자수마냥 해미의 풍경에는 작은 이질감이 함께 한다. 그건 선자 이모에게 끝내 말하지 못한 하얀 거짓말 때문일 수도 있고, 가족의 무게추가 되어야 했던 어린 날의 긴장감 때문일 수도 있으리라 어렴풋이 짐작해 본다. 그러나 결국 다정함이 우리를 구원했듯이 해미의 안녕도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눈부신 안부가 제 자리를 찾는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오래도록 서랍을 지키던 편지지를 꺼내 본다. 안녕, 그동안 잘 지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