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새순처럼 여리고 무구한 춘희의 감성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춘희는 자신의 상처를 어떤 뒤틀린 증오나 교묘한 복수심으로 바꿔내는 술책을 알지 못했다. 고통은 그저 고통일 뿐 다른 어떤 것으로도 환치되지 않았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고 그녀의 가슴 한가운데엔 고통이 화석처럼 굳게 자리를 잡았다. 그것이 춘희의 방식이었다. 춘희는 자리에 누울 때마다 다른 사람들처럼 감쪽같이 사라지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눈을 뜨면 언제나 사방이 가로막힌 교도소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과거의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