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의 사람들이 건물 밖 의자에 기대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그림이다. 그중 네 명은 광활한 평원과 먼 산줄기를 바라보며 이른바 '산멍'을 하고 있지만 화면 맨 왼쪽의 남자만은 무리에 속해 있지 않았다...'꼭 나 같은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나는 웃었다. 자연의 아름다움보다 책 속 세계에 더 매료되는 사람. 남들이 흥겨워할 때 고요히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사람. 그래서 언제나 무리를 벗어나 길 잃은 양 같은 사람.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 호퍼는 찬란한 태양 아래 세계를 표현하면서도 한 점 고독을 그려넣는 걸 잊지 않았다. 호퍼다운 그림이라 생각했다. 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