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부터 금복의 주위엔 언제나 죽은 자들이 서성거렸다. 자고 일어나면 걱정이 옆에 앉아 슬픈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기도 하고 영화를 보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하얀 양복을 입은 칼자국이 은제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뒷자리에 앉아 있기도 했다. 때로는 그녀가 어릴 때 죽은 엄마가 축 늘어진 핏덩이를 안고 마당에 서 있기도 했다. 끝없이 달아나고자 했던 과거는 다시 고스란히 그에게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금복도 달아나지 않았다. 대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에 취하면 그는 죽은 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 다들 꺼져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