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너의 몸과 너의 몸은 서로에게 끌려간다. 내 살갖에 네 손가락의 지문이 새겨지고, 네 심장의 고동이 내 심장의 고통을 증폭시기고,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액체가 네 살갖에 흔적을 남기고, 너와 나의 나지막한 탄성이 이 세계에 파동을 일으킨다. 나는 이제 허공에 부유하던 헛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몸이다. 너로 인해 나는 나의 밖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의 몸을 이 세상에 실제로 있게 하는 것은 또 하나의, 그러나 다른 몸. 나의 의식은 비로소 세계와 연결된 내 몸이 단단하고 부드러운 물질임을 긍정할 수 있다. 긍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즐거워할 수도 있다. 이제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 아득한 강물 위로 몸을 던질 것이다. 물결을 따라 일렁이며 떠내려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