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에 버스에서 가방이 바뀌었었죠. 버스 발치에 내려놓은 똑같은 가방이 조금 우습기도 했고 옆자리 사람과 '가방이 똑같네요' '그러게요' 라며 농담도 주고 받았는데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 다 잠에 빠졌고 휴게소에 잠시 내려 간식을 먹고 돌아와 아무렇지도 않게 도착지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숙소에 와서 가방을 열어보니 읽으려고 가져온 책이 아니라 씨디 플레이어와 씨디가 잔뜩 들어있었죠. 이름도 모르고 연락처는 더더욱 모르는 그 사람에게 연락할 방법을 찾으려, 어떤 단서라도 있을까 싶어 가방을 구석구석 살폈지만 그게 다더라구요. 내 가방 속에는 내게 연락할 방법이 있을가?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생각나는 건 하나도 없고..그래서 그냥 무작정 버스 터미널로 갔어요. 혹시 몰라서. 내가 내린 곳 벤치에 앉아있는 옆자리에 앉았던 그녀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죠. 운명이란게 이런거가? 싶어지는..그친구랑 터미널 김밥집에 앉아 가방을 바꾸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데 뭐랄까.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던 두 직선이 만나는 딱 한 번의 교점. 그 경이로운 교점을 실감했던 순간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연락처는 받지 않았고..그곳의 지명을 들으면 같이 떠올려지는 상징처럼 기억에 남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