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스포가 되지않게 소설은 유독 리뷰 쓰기가 힘든데 간단히 감상을 남겨보자면, 어째서 작가님의 책들은 눈물없이 보기 힘든지. 「여름의 빌라」에서 받았던 비 온 뒤 젖은 대기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한결같다. 사실 문장들이 건들인 내 마음은 한걸음도 떼기 싫을 정도로 붙잡아두지만 그럼에도 등을 밀어주는 다정한 손길도 함께 존재한다. 그렇게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 한다던 작가님의 말이 줄곧 나를 지켰구나 싶고.
해미를 중심으로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과 상실의 이별을 오가며 때론 속절없이 깊어지고 때론 도망치듯 멀어졌던 사람들. 시간을 건너 무뎌진 감정보다 비로소 서로에게 온전히 닿을 수 있었던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아름답고 애틋했다. 하지만 서로의 안녕과 안부만큼이나 충만했던 기쁨은, 삶의 모든 일련의 사건과 시간들이 지금의 나에게 닿았다는 감각이다. 눈부신 안부로, 다정한 마음이 더욱 깊어진 채로 말이다. 이것을 매번 느끼게 해주는 백수린 작가님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