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복이 등을 밀어주겠다고 하자 수련이 수줍은 듯 돌아서는데 그녀의 선연한 자태 어디에도 사내들의 손을 탄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녀의 허리에 손을 대자 마치 살이 묻어날 것처럼 피부가 부드러워 금복은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등을 밀어주는 동안. 금복은 마침내 자신이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를 깨닫고는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끝없이 상실해가는 게 인생이라면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상실한 셈이었다. 유년을 상실하고, 고향을 상실하 고, 첫사랑을 상실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젊음을 상실해 버려 그녀에게 남아 있는 것은 모두가 빈껍데기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싱그러운 수련의 육체 앞에서 뼈저리게 확인해야 했다. 그녀의 등을 밀어주던 금복이 문득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 세상에 너 같은 아이가 존재한다는 결 믿을 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