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30 벽돌에 손을 대는 순간, 그녀의 영민한 감각은 그것이 그냥 벽돌이 아니라 바로 그녀가 공장에 있을 때 文과 함께 만든 벽돌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비록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아 그 흔적이 희미해지긴 했으나 그것은 분명 남발안의 공장에서 만든 벽돌이었다. 그녀는 文의 얼굴과 남발안의 공장 풍경이 떠올랐다. 금복과 점보, 쌍둥이자매의 얼굴도 떠올랐다. 벽돌을 만지는 동안 그녀는 그 모든 것이 사라졌으며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없는 상실감과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교도소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흘린 눈물이었다.
그러다 문득 춘희는 담장 밑에 피어 있는 개망초를 발견했다. 그것은 벽돌공장 주위에 무수히 피어 있었을 뿐 아니라 그녀가 처음 금복의 손을 잡고 평대에 들어올 때 기찻길을 따라 줄지어 피어 있던 꽃이었다. 그녀는 반가움에 꽃을 만지려고 손을 내밀었다. 순간, 주위가 대낮처럼 환해졌다. 멀리 감시탑 위에서 서치라이트가 그녀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