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이모의 친구들은 독일에서 나고 자란 그녀들의 아이들이 나와 해나와 교류하며 한국 문화에 조금더 친숙해지길 바랐던 것 같다. 우리 엄마와 이모가 레마와의 교류를 통해 나와 해나의 독일어 실력이 향상되길 바랐던 것처럼, 하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그런 계산 같은 건 없었다. 그 아이들과 있을 때면 나는 들어본적 없는 낯선 나라에서 이주해온 이방인도, 언니를 사고로 잃은 아이도 아니었으니까. 그곳에서 나는 그저 온전한 나였고, 레나는 온전한 레나였으며, 우리는 온전한 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