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를 들고 집을 나신 금복이 마을 어귀에 미리 숨겨놓은 옷보따리를 찾아들고 생선장수를 따라 마음을 벗어나는 동안, 그는 장만 참이 들었다가 어지러운 꿈에 놀라 피뚜 눈을 됐다. 달빛이 내리비치는 핑그렁한 마당 한복관엔 풀벌레 소리만이 가득했 다. 순간, 그는 금복이 영원히 자신을 떠나갔음을 깨달았다. 배 한 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은 헛헛함에 잠시 망연하게 서 있던 그는 마을로 내려가 술을 잔뜩 퍼마셨다. 그리고 방죽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멈춰 서서 저수지에 대고 오줌을 누었다. 산 자들의 죽음을 기다리는 검은 물속엔 휘영청 보름달이 떠 있었다. 풀잎을 스처가는 밤바람이 그의 등을 부드럽게 떠밀었다. 그는 물을 향해 휘적휘적 걸어들어갔다. 물이 가슴팍까지 차오르자 물밑에서 흐느적거리던 수초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발목을 비 끄러맸다. 그는 달을 향해 허허롭게 웃으며 한 많은 몸뚱이가 더러운 육욕에서 놓여나 서서히 물속에 잠겨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결국 금복이 생선장수에게 한 거짓말은 그대로 예온이 된 셈이었다.
다음날, 그의 시체거 물위로 떠올랐을 때 사람들은 말했다. 질투에 눈이 먼 금복의 엄마가 끝내 그를 데려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