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편이가 아랫마을에서 퉁퉁 불은 시체로 떠올랐던 그해 겨울, 노 파는 남의 집 아궁이 옆에서 혼자 딸을 출산했다. 다행히 반편이의 딸은 반편이가 아니었다. 얼핏 보면 반편이하고 닮은 데라고는 한 군데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쌍꺼풀 진 커다란 눈, 순진한 듯 허무 하고 미련한 듯 무심해 보이는 그 눈만큼은 반편이의 것을 빼박은 듯 닮아 있었다. 그것은 유전의 법칙이었다.
노파는 반편이를 생각나게 하는 딸의 눈과 마주칠 때마다 괴로 웠다. 그래서 때렸다. 그나마 제대로 얻어먹지 못해 젓가락처럼 가 느다란 소녀의 몸에 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딸은 노파에게 두들겨 맞을 때마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슬피 울며 노파를 올려다보았 다. 그럴 때면 그녀의 가련한 눈은 더욱더 반편이를 떠올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