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모든 걸 말할 수 있게 됐어. 묻고 싶어...... 전쟁 나고 몇 달 사이에 수백만의 병사와 장교들이 포로로 붙잡힌 게 누구 때문이지? 알고 싶어...... 전쟁 전에 우리 붉은 군대의 훌륭한 지휘관들을 독일 첩자니 일본 첩자니 몰아세우고 총살시켜서 다 죽여버린 게 누구지? 정말 알고 싶다니까...... 히틀러가 탱크와 전투기를 만들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던 그때, 부됸니 기병대만 믿고 두 손 놓고 있던 게 누구냐고? 누가 '우리 국경은 철통같이 튼튼하다......' 이따위 말로 우리를 안심시켰느냔 말이야? 전쟁 나자마자 우리 군대가 탄환 남은 거나 걱정하는 신세가 된 게 누구 책임이냐고......
묻고 싶어...... 이제는 물을 수 있어...... 내 인생은 어디 있지? 우리 인생은?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입을 닫은 채 살아. 남편도 침묵하고. 지금도 우린 무섭거든. 두려워...... 이렇게 고통 속에서 죽어가겠지. 그게 나는 부끄럽고 서러워......
발렌티나 예브도키모브나 엠-바, 빨치산 연락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