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퍼로 일하는 '나'는 일터에서 자신의 등급이 내려 갈까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귀여움 등급'이 내려가는 순간 바로 일을 잘리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원히 귀엽다는 얘기를 들을 수는 없었고, 매일 같이 누군가 떠나는 그곳에서 '나'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기에 늘 전전긍긍했다. '나'는 쓰레기 같은 아파트에서 누나와 사촌, 그리고 둘의 아기들과 이모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강도가 침입하고, 겁이 나고 놀란 이모가 죽게 된다. 결혼한 적도 없고, 평생 열심히 일만 하느라 재미없게 살았던 이모는 죽음마저도 불행한 사고처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나'는 가족들과 이모의 장례를 치르지만, 곧 무덤이 파헤쳐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거실의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이모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모는 살았을 때 한 번도 한 적이 없던 욕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어! 내 인생은 똥이었어!....' 그렇게 밤새 흔들의자에 앉아 몸을 떨며 욕을 하던 이모는 할 말을 전부 하고, 다시 죽는다. 이 강렬한 이야기는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시오크>의 내용이다. 무덤을 파헤치고 시체가 되살아났지만, 무섭다기보다 음울하고 괴상한 분위기에 가깝다. 스토리만 보자면 공포 영화스럽지만, 실제로 읽어 보면 팀버튼의 영화 속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이랄까. 이 책은 조지 손더스의 두 번째 단편집으로,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거침없고, 불편하고, 뒤틀리고, 이상하고 씁쓸하다. 분량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이야기에서 예상을 벗어나는 독특한 전개가 적확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펼쳐지고 있어 쉽게 눈을 뗄 수가 없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일단 손더스가 그리고 있는 초현실적인 세계를 경험하게 되면 일단 빠져나올 수가 없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진짜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