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근대소설이라는 명성일지 별명일지 그런 카피에 꽂혀 읽게 되었는데, 참으로 읽기 어려운 텍스트였다. 누군가 어떤 사람의 생각을 하루종일 아니, 단 몇 시간만이라도 들여다 보고 그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여 읽는다면 이런 느낌이 들것이다. 그만큼 생각이 흐르고 갈라지고 뻗쳐나가고 회귀하고 선회하는 수많은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왜 이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그만큼 매력이 있고 어떤 유익점이 있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읽었다. 일테면 약간 화를 내며 읽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울리히와 같은 생각들을 하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한 번은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 사람은 그걸 "해낸" 사람 아닌가?
중간 중간 내 생각과 매우 비슷한 부분들이 나와서 많은 부분 공감하면서 읽었다. 단순히 재미있게 읽는 것의 차원을 넘어서 가만 가만 그의 말에 (음성으로 들리기도 했다) 귀를 기울이는 듯한 자세로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서사의 흔적이 약간 보이기도 해서 그럴 때는 소설을 읽듯이, 철학에세이를 읽듯이 읽는 방법을 달리하면서 읽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줌토크로 대강의 독서방향을 잡게 된 것도 꾸준히 읽게 된 이유다. 2권, 3권도 기대하면서 읽게 될 것 같다. 나와 맞는 책인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