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논픽션의 힘은, 마땅히 느꼈어야 하는 (그런데 인지조차 하지 않고 있던) 죄책감을 느끼도록 독자인 저를 흔들어 깨우는 것입니다.
좋은 논픽션은 저의 안일하고 편협한 양심이 불편함을 느끼게끔 끊임없이 묻고 또 묻습니다.
이 세계를 공유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너는 어떠한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고.
관념적인 반성이 아니라 실질적인 활동을 너는 지금 네 자리에서 어떻게 시작할 것이냐고.
그 괴로운 불편함을 느끼기 위해, 그 엄정한 질문에 저의 답을 찾기 위해, 논픽션을 읽습니다.
은유 작가님께 묻고 싶은 것은
1.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글을 인터뷰이가 보시고 삭제를 원하거나 수정을 원하는 부분이 있을 때,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하시나요? 듣는 사람이자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작가님께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점과 경험하고 증언하는 사람으로서 인터뷰이께서 드러내고 싶어하는 지점이 다를 때, 어떻게 해결하시는지가 궁금합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87쪽(인터뷰이가 알렉시예비치 작가님 글의 거의 모든 부분에 밑줄과 물음표와 코멘트를 달면서 문제제기를 하는 내용)을 읽으며, 은유 작가님께서는 이런 경험이 있으셨는지, 그 경우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2.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437쪽에서 알렉시예비치 작가님은, 사람들은 그저 편안하게 살기를 원하지 고통스러운 이야기 따위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말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린다는 빨치산 병사의 목소리를 기록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이 일을 멈출 수 없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은유 작가님의 페이스북에 작가님 본인을 "글쓰는 활동가"로 밝히신 소개글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작가님께서 글쓰는 활동가로서의 작업을 지속하시는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