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줄이야.
-94.
고요는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정정당당하게 본인의 먻을 가져갔다. 처음부터 내가 어쭙잖게 나설 일이 아니었다.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나는 내가 시시하다.
나는 내가 재미없다.
나는 내가 별로다.
나는 사실,
내가 참 싫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는지 모르겠다.
수현이는 자신이 너무나 평범하고 재미없는 아이라고 얘기한다.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나는 사실, 내가 참 싫다.”라는 생각을 감싸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나와 수현이는 많은 점이 닮았다. 분쟁이 싫어 괜히 스스로 손해를 보거나 나쁜 사람이 되면서까지 그 상황을 피하고 싶기도 했고,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지만 그럴만한 용기는 없어 티도 나지 않게 내 방식대로 도우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면서도 이게 정말 최선이었을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껄. 하는 자책과 후회로 도망치고 싶었다.
책을 읽는 내내 수현이는 참 좋은 아이였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내 곁에 있었다면 분명 반짝반짝 빛나보였을거다.
수현이가 생각했던 거 처럼,
누군가도 나로 인해 그런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