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가 될 것이고, 지나온 삶만큼이나 샇아갈 여생도 끔찍할 것이다. 사는 내내 나와 유사한 행로를 살아갈 누군가의 기억 속에 섬뜩한 이미지로 출몰하면서, 그렇게 삶에서 오래 겉돌다, 날파리떼가 달라붙은 거미줄 같은 수의를 입고 홀로 죽게 될 것이다. 여자를 본 순간 나는 미래를 기억하는 듯한 착란에 사로잡혔고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느꼈다.
죽어, 버릴까…… 죽어, 버릴까……
나는 여자의 말투를 흉내낸 게 아니라 내 속에 오랫동안 고여있던 가래 같은 말을 내뱉은 것이다. 학대의 사슬 속에는 죽여버릴까와 죽어버릴까밖에 없다. 학대당한 자가 더 약한 존재에게 학대를 갚는 그 사슬을 끊으려면 단지 모음 하나만 바꾸면 된다. 비록 그것이 생사를 가르는 모음이라 해도.
「기억의 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