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너무 좋아하는 한 친구가 있습니다. 누가봐도 그렇다 할 수 있고, 그녀 스스로도 그렇다 믿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녀가 저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이견은 없습니다. 다만 그녀가 저를 좋아해서, 저를 위해서 혹은 해할 의도가 없이 그냥 하는 모든 행동들까지 저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냥 맞지 않다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정반대라고 하면 오히려 잘 맞물려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녀는 늘 선의로 행동하기때문에 제가 그녀때문에 괴롭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벌써 20년이 다되어가는 관계인데도 저는 그녀를 끊어내지 못합니다. 분명 제게는 이기적이고 몰상식하며 무신경하기만 한 사람인데 그 사람이 품고있는 마음이 안쓰러워 매년 생일을 챙기고 관계를 이어온 햇수를 세어가며 서로가 소중한 친구인 척 행동합니다.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얄미워할 때도 있으면서 그녀가 힘들어하면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친구가 되어 위로해줍니다. 그런 양가감정이 너무 괴로워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지기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