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시시하고, 재미없고, 별로라 사실, 내가 참 싫다‘는 수현의 마음을 갖고 자랐던 성실하고 문제없던 평범한 아이였다. 어둠의 그림자를 가졌더라도 남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외모나 능력이나 배경을 가진 특별한 친구들이 부러웠고, 철없는 마음에 삶의 여러가지 질곡을 갖고 거칠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동경한 적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남들만큼 특별한 게 없어 우울하고 슬펐던 내 모습이 떠올라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하지만 수현의
절친 지아나 정후 등 다른 인물들이 알아본 것처럼, 수현의 도드라지지 않는 배경같은 선의의 배려가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사랑스러운지, 수현을 독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는 너무나 알 것 같아 아이러니한 기분이 되었다.
작가의 필력이겠지만 평범한 선한 이들을 격려하고 의미를 찾아주는 이 소설을 통해, 재미없지만 늘 뭔가 도움이 되려 의미가 되려 노력하며 살아온 작은 내 일생에도 격려를 받는 기분이었다.
고요,와 우연,이란 이름은 이야기의 분위기와 주제에 너무 잘 어울리는 멋진 이름이란 생각도 들었다.
소중한 사람이니 잃고 싶지 않아 영원히 만나지 말자는 고요의 말도 인상깊다. 누구보다 특별하고 강해보이는 고요는 실은, 보이고 싶은 자신의 모습만 보여야 하고, 온전한 자신으로서 인정이나 사랑을 받을 자신은 없는, 외롭고 슬픈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마냥 희망적이지도 따뜻하지도, 그렇다고 마냥 냉소적이거나 비관적이지도 않은, 누구든 의미없는 삶도, 아픔없는 삶도 없다는 세상의 이치를 다시한번 담담히 느끼게 됐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