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살랑거리며 늘어져 흔들리다 바람이 불면 펄럭이고 바람이 잦아들면 가라앉고 그늘이 드리우면 은은하게 시름에 잠긴 듯한 깃발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리아는 불가해한 아름다움에 전율했고 마치 둘 사이에 어떤 필연성이라도 있는 듯 자연스레 첫아들의 청회색 눈동자를 떠올리곤 했다. p.106
자신은 현수의 주장의 진위, 그러니까 현수가 여자들 평균보다 휴지를 더 쓰는지 어떤지 하는 것보다 그 고집스런 확신, 현수 자신이 절대 여자들 평균보다 휴지를 많이 쓰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그 방식이 지긋지긋했던 거였다고,p.142~143
끈질긴 온화함, 그게 혜진을 대하는 혜영의 오래된 방법이었다. p.150
말의 독성은 음식보다 훨씬 치명적이었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음식은 기피할 의지만 있다면 그럴 수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킨 말은 아무리 기피하려 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p.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