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우연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수현이가 바라봤던, 수현이를 바라봤던 달은 과연 누구일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정후였다. 하지만 동경의 대상, 화려한 머리핀과 어울리는 정후가 과연 ’고요‘한 달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정후는 달이 아니었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연이었을까? 하지만 우연이라기엔 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우연이는 이글이 수현이라는 것을 몰랐던 눈치였는데. 수현이가 바라봤던 것처럼 수현이를 바라봤다면 어느정도 짐작은 할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우연이도 아니었겠구나 생각했다.
남은 사람은 고요 뿐이다. 생각해보면 고요는 수현이가 인스타 계정이 자신의 것임을 밝혔을 때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고요했지. 수현이가 독단적으로 우연이와 고요의 관계를 추측하고, 서로 만나지 말자던 고요의 말을 어긴 채 우연이에 대한 말만 했던 그 시점에 고요는 화를 냈다. 수현이의 글씨체를 알고있었고 수현이의 다정함을 눈치챘다. 그래서 어쩌면 수현이를 바라봤던 달은 고요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수현이도 고요를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했고.
어쩌면 수현이는 달에 착륙하고 있는 이글일 것 같다. 고요라는 달에 착륙하기 위해 조금은 상처받고 아플 지라도 마침내 고요의 바다를 밟을 그런 이글. 책이 주는 흡입력과 달에 대한 바유가 참 아름다운 책이었다. 아직 어려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스스로 주저 앉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목적지를 향해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아마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